“내 말에 대답이나 해. 내 남편한테 언제까지 연락할 거냐고? 거머리도 아니고! 내가 그이 핸드폰 안 봤으면 어쩔 뻔했어?”
“…전 그분한테 연락할 자격 있는 사람이에요.”
“자격? 무슨 놈의 자격! 어린 년이 가정 있는 남자한테 몰래 연락을 하는데, 감히 어떤 인간이 자격을 부여해 줘!”
“그렇게 앞뒤 자르고 얘기하시면 곤란하죠. 사모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아기-”
오랜 친구였던 유진에게 청혼하려던 신은, 마침 그 자리에서 웬 중년 남자의 아기를 가졌다며 본처에게 돈을 구걸하는 여자를 보게 된다.
두 번 다시 엮일 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계신 이신 이사님 비서, 설구원이라고 합니다.”
그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건 말건, 신의 귀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구원이 가지런히 배 위로 모은 손, 그것도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못생기고 촌스러운 금반지가 그의 신경을 거스른 까닭이었다.
신이 그 반지를 잊을 리 없었다.
그건 보름 전에 봤던 그 반지였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그 반지.
억지로 묻어뒀던 그의 기억을 끄집어냈던 그 반지.
나이 많은 유부남의 아이를 가지고 심지어 그 남자와 나눠 끼우기까지 했다는 그 여자의….
그는 자신의 비서로 오게 된 여자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