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저 선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인간 진세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세영이 다름 아닌 우태화가 대표로 있는 ‘위드 에이전시’ 영입 제안을 거절한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혹시 나 때문입니까?”
“그게 무슨-”
“나 때문이냐고 물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긴 했지만, 솔직하게 그 여러 가지 이유에 우태화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의 깊은 두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과거의 죄책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다.
어린 날의 태화를 물에 빠트린 것이 진세영,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태화를 제 손으로 구해냈다는 사실은 복잡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대신 나랑 술 한잔하죠. 지금.”
“괜찮습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 기회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우태화를 다시금 오랫동안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간절히 바랐지만, 세영의 바람과는 다르게 태화는 서서히 세영의 일상에 녹아들게 되는데……
그와의 위험하고 아찔한 정사는, 세영에게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너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너랑 똑같아.”
“똑같다면-”
“너랑 자고 싶은 보통의 남자.”
“…….”
“너도 나랑 자고 싶잖아.”
끊어내려야 끊어낼 수 없는 악연의 고리라면 이제는,
물거품이 되게 할 순 없었다.
《물거품이 되게 하진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