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반드시 나를 잊거라. 내가 널 기억할 테니.”
그, ‘호랑이님’과 만났던 기억은 단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혼기가 차서 원치 않는 혼인을 올릴 때까지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었다.
* * *
내일로 꼬박 삼년이었다.
제가 혼인을 했던 날도, 저를 두고 떠나간 남편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된 날도.
사랑이 없었던 혼인이었지만 초야도 치르지 못한 채 과부가 되어버린 삶은 비참에 가까웠다.
단은 내일 남편을 따라 죽기를 강요하는 시댁과 마을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 사실만으로 견딜 수 있었다.
……그랬건만.
“너는 그곳에서 절대 나올 수 없단다.”
“어머님!”
“네가 삼 년을 꼬박 채워 내 아들을 기려준 건 고맙게 생각한단다. 하나 네가 이리하는 것 역시 너의 본분이고 도리란다. 그걸 져 버리려 하다니, 네 부모에게도 불효막심한 일이 아니더냐.”
시댁의 술수에 추위와 어둠 속에서 죽어가던 단은 어릴 적 보았던 호랑이님을 떠올린다.
그리고, 단은 그리웠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내 너를 다시 만났을 땐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으면 좋겠다 하였는데.”
미처 넘어가지 못한 달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초하룻날이었다.
《범에게 범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