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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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으나 일시적이었다. 그래서 친구일 뿐이라고 넘겨 왔었다. 그런데 성년이 되기가 무섭게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술을 댔던 것이 큰 잘못이었을까. “그동안 혼자 버티느라 애썼다.” 다시금 들려오는 그 짤막한 한마디에 사고 회로가 정지되고, “그러니까 술 그만 마시고 이제 그만 일어나. 힘들면 나한테 기대든지.” 갑자기 밀려오는 취기와, 기시감 있는 따스한 손길에 수능 전날의 감정이 샘솟아 났다. “…….” “야, 괜찮냐? 그러니까 나한테 기대라고 했잖아. 이리 와서 어깨 기대.” 조정 기간을 거쳐 부모님이 완전히 남남이 되었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입을 대 본 알코올은 쓰디썼지만 상처받은 그녀의 속에 비하면 그리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술이 가져다주는 무서움이란 걸 몰랐던 여자는 남자의 한마디에 울컥, 감정이 북받쳤다. 그래서였을까. 안에서 휘몰아치는 취기에 그를 남자로 인식해 버린 것이. “우리…… 불장난 한번 쳐 볼래?” 말도 안 되는 유혹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것이. 감정에 취해 예고에도 없던, 그야말로 사고 같은 충동적인 키스에 작은 불씨가 탁, 켜져 불장난 같은 밤을 보내 버렸다. 그리곤 그에게서 비겁하게 도망쳤었는데. “안녕하세요. 이제인입니다.” “이제인. 이제인이라…….” 불장난 같았던 밤을 보냈던 그와 정확히 10년 뒤, 회사에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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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그가 이혼남이 되어 돌아왔다』으로 출간 데뷔를 했고, 북팔에서 ‘함솔’이라는 필명으로도 연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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