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만난 첫사랑. 혜주는 그에게 고백했으나 차이고 만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태혁과 술을 마시게 되는데……. “정말 여자로 안 보여요? 내가 그렇게 별로야?” 혜주는 술기운에 태혁을 태준으로 착각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만다. - “없던 일로 하자고? 왜, 내가 형이 아니라서?” “……!” 태혁의 말에 혜주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번쩍 뜨인 두 눈 사이로 태혁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좀 더 얼굴을 굳힌 그의 표정은 안 그래도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더욱 위협적이게 만들어 주었다. 기분이 몹시 불쾌해 보였다. 하지만 어제 그와 잤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그와 사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어쨌든 그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 주어야 한다. “아니, 그러니까…… 태혁아, 정말 미안해! 어제는 내가 술에 많이 취해서……”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그리고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나 책임지라고.” 태혁이 긴 다리로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그녀를 양팔에 가둔 채 빌에 밀쳤다. 터억, 등 뒤로 느껴지는 차가운 벽에 혜주가 몸을 떨며 소리쳤다.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너야말로 뭔데?”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고! 실수였어. 네가 태준 오빠인 줄 알고……” 쾅! ‘태준 오빠’라는 말에 그가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더니 주먹으로 벽을 쳤다. 꽤 강한 진동이 그녀에게까지 느껴졌다. 그러곤 미간을 좁힌 그가 위협하듯 그르렁거린다. “내 걸 그렇게 잘 먹어 놓고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고? 혹여나 놓칠세라 내 걸 꽉꽉 물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너, 어떻게 그런 저속한 말을……!” “왜.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