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인 마루한을 위해, 조국인 해란과 해란의 백성을 위해, 긍지 높은 싸울아비 아사벼리는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저를 희생하며 살아간다.
제 살 버혀내 남의 살을 구하는, 올곧기만 한 그녀를 눈여겨본 자가 있었으니 장차 천하통일의 주인이 될 이며, 천하를 사고파는 단뫼의 태궁이자 천하를 주무르는 흑군, 단목사곤.
제 안의 여성을 자꾸만 건드리는 그가, 저를 처음부터 여자로만 보는 그가 자꾸 마음에 들어오는 아사벼리이지만, 어지러운 세상에 그들의 운명도 휩쓸리게 되는데…….
“고운 달빛 아래 미인의 첫 입술이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구나, 아사벼리.”
다시 입술이 막혔다.
달빛을 타고 도둑처럼 침입한 사내가 한 번 더 그의 단 꿀을 약탈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우리가 이렇게 얽혀버렸구나, 아사벼리.”
“네, 네 이놈!”
“정분일랑, 이렇게 기별 없이 찾아오는 법이지.”
“이, 이 음적(淫敵) 같으니라고!”
“제 계집더러 입 맞추었다고 해서 음적 소리 듣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이지환
읽고 쓰기의 즐거움에 미친 사람.
1등이 되고 싶은 2등의 마음.
재능의 부족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쓰기 작업의 2막을 시작.
「화홍」, 「폭염」, 「내일은 꽃다발」, 「국혼」, 「아니 땐 굴뚝?」(공저) 등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