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할까 (외전 증보판)
연민정(레드퀸)
Nov 2019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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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부모님들은 나중에 커서 둘이 결혼하라고 이름을 훈민과 정음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스물일곱이 될 때까지 둘은, 그냥 사람 친구였다. “나 키스하고 싶어.” “오늘, 나하고 같이 잘래?” 스물일곱 크리스마스이브, 드디어 훈민과 정음은 대형 사고를 치게 되는데……. “호, 혹시 집에 가면 뭘 할 거야?” “널 가질 생각이야.” 사람 친구에서 하루아침에 연인이 된 두 사람, “이 시간 이후부터 우리 두 사람 사귀는 거다.” 이 커플, 진도가 빨라도 이렇게 빠를 수가 없다. “이상하게 네 입술은 질리지가 않아. 할 때마다 맛있어.” 그리고……, 은밀하고, 진하고, 야하고, 므흣하고, 화끈하다. [본문 내용 중에서] 정음의 머릿속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대가 되었다. 이 다음에 이어질 그의 행위, 그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그가 또 어떤 쾌락을 선물해 줄 것인지. 그의 손가락이 기계처럼 빨라졌다. 빠른 속도로 철퍽대는 소리가 정음의 귓가에 울렸다. 그녀의 몸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릿속에 별이 보이더니 일순간 정전이 된 듯 캄캄해졌다. 그리고 하얀색 물감을 엎지른 것처럼 머릿속에 하얘졌다. 아니 온 세상이 하얗게 채색되었다. 처음 느껴본 오르가즘이었다. 전기 충격기가 몸에 닿은 듯이 몸이 계속해서 툭툭 튕겨 올랐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환희의 고지에 도달했지만 아직은 뭔가가 부족했다.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보다 더 높은 환희의 고지가 존재할 것이고, 그가 그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이라는 사실을. 크고 굵은 무엇인가가 몸 중앙을 가득 채워주었으면 하고 정음은 바랐다. 그녀는 지금 느낀 이 느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급해진 정음이 팔을 뻗어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훈민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지.” 뭐야, 이 자식. 지금 나랑 장난해? 정음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 상황에 헤픈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정음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 여기까지라고? 나한테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어?” 그는 바닥에 가라앉을 것 같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니. 그런 거 아냐.” “그럼…….” “며칠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어서.”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지랄 옆차기 같은 소리란 말인가. 원래 남자들은 이런 건가? 친구들에게 듣거나 그동안 여기저기 주워들은 상식으로, 남자들은 그 짓을 하기 직전에 멈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게다가 술까지 마신 상황에 발가벗은 여자를 눈앞에 두고 먹는 것을 포기한다고? 이 자식, 혹시 고자 아냐? 짧은 순간, 별의별 생각이 정음의 머리를 스쳤다. 혹시 여자로 보이지 않는 걸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빈말이나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녀석이 아까 여자로 보인다고 했으니까. 상식을 뛰어 넘는 훈민의 행동에 정음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야이, 미친놈아, 당장 나랑 해. 그 말이 정음의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내려갔다. 정음은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주워들었다. 손에 들고서 중요 부위를 가린 채 훈민을 응시했다. 그녀의 시선이 훈민의 바지 중앙에 닿았다. 흥분했는지 그의 바지 앞섶이 터져나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이대로 끝낸다고? 잠시 망설이던 정음이 소리쳤다. “야, 이대로 끝내려고?” “…….” “안 돼. 나랑 한 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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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정(레드퀸)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타락한 영혼의 소유자. ◆ 출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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