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짝이었다. 남들에겐 기업합병이지만, 우리에겐 사랑이었다. 정략도 사랑일 수 있다는 유일한 증거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꿈이 되어버렸다. 세상 가장 잘난 내 남자, 그 남자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나의 이별기. [본문 중]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이젠 현실이 되었다. 상상 속의 나보다 더 고통스러울 그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내게 남은 시간 동안 괴로워할 그를 어떻게 지켜볼 수 있을까.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고, 끝까지 비밀로 할 수도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왜 나는 겨우 서른여섯에 시한부가 되었을까.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걸까. 평생 써야 할 운을 그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것에 다 써버린 게 아닐까. 이런 운이라면 평생 가져보지 못하는 게 나았을 텐데…. 왜 하필 나일까. 왜 하필 이렇게 늦게 알아버린 걸까. 손써볼 수 없는 상태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갑작스레 떠나는 게 좋았을 텐데…. 신에게 사랑받는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주한다. 신은 너그러운 존재가 아니라 나를 미워하는 옹졸한 존재이다. 아니, 아니에요. 당신께서는 옹졸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그 너그러운 마음을 제게 조금 더 베풀어주세요. 살고 싶습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곁에 있고 싶어요. 이렇게 빨리 저를 데려가실 거라면, 제게 그를 주지 말았어야죠. 이렇게 빨리 그에게서 날 뺏을 거라면, 그의 사랑이 절 향하지 않게 해 주셨어야죠. 아니, 아니에요. 그의 사랑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삶에 그라는 꽃을 주셔서 매 순간, 모든 장소가 향기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제게서 그를 뺏지 말아 주세요. 그에게서 저를 뺏지 말아 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