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원나잇

· 도서출판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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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자 리나는 딱 한 번 원칙을 깼다. 깨고 싶어서가 아니라, 쌍둥이 동생 미나의 말에 발끈해 홧김에 저지른 해프닝이었다. 그 해프닝으로 완벽한 남자, 강도준을 만났다. 그가 회장님 낙하산을 타고, 상무님이란 이름으로 개인 비서 리나에게 떨어졌다. *** “나만 한 남자를 어디서 또 보겠어? 리나 씬 로또 당첨된 거야.” 고작 원나잇에? 불쑥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애써 삼켰다. “어때? 그 로또 앞으로도 쭉 1등 당첨으로 갖고 사는 건?” “네?” “사귈까? 리나 씨.” “미쳤어요?” 이번에는 불쑥 튀어나온 말을 참지 못했다. 원나잇이 있었다지만, 그를 제대로 본 건 오늘 하루가 전부였다. 게다가 그 하루 동안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았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나 씨랑 사귀려면, 미쳐야 해?” “네?” “그게 조건이면, 미쳐 보지 뭐.” “정말 미치셨어요? 아! 혹시, 오피스 와이프가 필요하신 거예요?” 진심일 리 없으니까,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라 생각했다. 회사 생활이 처음이라지만, 회사 생활을 우습게 보며 할 일이 없는 그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심심하진 않을 테니까. “유 비서는 그런 게 취향이야? 아! 혹시, 지금껏 다른 상사와도 그런 사이였어요?” 발끈해 소리치려는 순간, 그의 표정이 보였다. 조금 전과 달리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 “내가 잘생겼다고?” “네. 잘생기셨습니다.” “근데 나랑 연애는 하기 싫고?” 오히려 대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네.” “왜? 잘생겼다며?” “잘생긴 건 취향이 아닙니다.” “그 취향, 되게 구린 거 알지?” 그는 금세 자리에 누웠다. 이제 더는 이 이상한 대화를 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틀렸다. “키스할래?” 그는 자신을 향해 누운 채로 몸을 돌렸다. 다시 누우려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질문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자,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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