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성질머리로 황실의 골칫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황제는 특단의 조치로 차운의 태자로서의 모든 권한을 빼앗고 덕성을 쌓으라며 깊은 산 암자로 보내버린다.
영험한 기운이 풍기는 암자에는 문무를 고루 갖추었으나 늙고 추레한 노인이 스승으로 있다는 걸 알아차린 차운은 제 고집대로 하다 황궁으로 돌아가겠노라,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막상 암자에서 차운을 기다리고 있던 스승은, 노인이 아니라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여인이었다.
“이게… 이게. 죽으려고. 내가 누군 줄 알아? 내가 바로.”
“난 네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네가 옥황상제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차운의 말을 단박에 잘라낸 윤조가 위엄 있게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얼굴에서 단호한 무언가가 풍겼다.
“여기선, 영면산에선 내가 너의 스승이고 넌 내 제자일 뿐이니까.”
“스승?”
너무 놀란 나머지 차운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네 놈이 이 암자에 왜 왔는지 말이다. 부족함이 많다 들었는데, 과연 틀린 말이 아니구나. 기본부터 잘못되었어.”
“정말… 농이 아니고, 참으로 네가 내 스승이라고?”
무공에 심취해 극상에 다다르면 불로불사(不老不死) 늙지도 죽지도 아니하고. 남녀불별(男女不別) 사내도 여인도 아닌 모습이 된다더니. 그 모두가 낭설이 아니라 사실이란 말인가?
* * *
“못난 제자 때문에 스승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차운이 눈썹을 뭉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무리 약조라 하나, 얼마나 곤란하셨을까.”
황제의 목소리에 반성이 스민다. 그러나 어째선지 손은 바지춤을 풀고 있었다. 후드득, 아래를 가린 천이 떨어지고 거대한 양물이 튀어 올랐다.
맥없이 널브러져 있던 윤조가 불길함을 감지하곤 몸을 세웠다. 그때였다.
“무세요.”
커다란 손아귀에 넘치게 쥐어진 양물이 그녀 앞에 드리워졌다.
“무얼 그리 망설이십니까? 처음도 아닌데.”
스승 위에 걸터앉은 채로 차운이 정중히 말했다. 원하는 건 결코 정중하지 않으면서 친절을 베푸는 것처럼. 이율배반적이다.
“억지로 무시겠습니까? 목구멍 끝까지 쑤셔 넣을까요?”
얼마든지 그리할 수 있다.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다면 이 사내는 반드시 제 뜻대로 하고야 말 것이었다. 그는 일국의 황제이고 그녀는 미천한 계집이니.
사제 지간은 그저 구실.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윤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깨물고 씹어 퉁퉁 부은 붉은 입술에 뭉툭한 선단이 닿았다.
“잘했습니다. 오랜만에 제자를 어여뻐해 주세요.”
꿈에서만 보았던 음탕한 스승을 내려 보며 황제는 잔독한 미소를 지었다.
《배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