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체 높은 애기씨의 구혼 모임에 난데없이 감초로 참석하게 된다.
그가 맡게 될 역할이 무엇인고 하면…….
“사내라고는 그림자도 본 적 없는 규수를 괴롭히는 못난 놈이 있으니. 사지는 멀쩡해선 맨 희롱질에 행패만 일삼더라. 이때 훤칠한 공자가 나타나 정의롭게 몸을 날리는데.”
“얼쑤!”
“바람처럼 나타나 도움을 준 은인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여인이 어디 있을꼬. 운명의 짝이 따로 있나, 이게 바로 천상배필이지.”
바로, 짜고 치는 구혼 모임에서 안하무인 무뢰한 공자가 되는 것.
임무를 완수하면 거금의 수고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자꾸만 순진한 애기씨 ‘임아윤’이 눈에 밟히고
급기야 아윤에게 광대라는 정체가 들통나고 마는데…….
* * *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그쪽이 어떤 목적으로 왔든 상관없어요.”
아윤이 차분히 말했다. 사내의 미간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상관이 없다?”
“그래요. 사주를 받고 바람잡이로 왔다 해도 문제 될 것이 하등 없다는 겁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는지, 사내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내게 원하는 게 뭡니까?”
그녀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내 정혼자가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