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바 ‘빔’의 얼굴 없는 가수, 길언정. 산산이 부서진 언니의 주검을 보며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임신한 언니를 죽음으로 내몬 그 남자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 복수, 내가 도울까? 내가 돕는다면 복수의 스케일이 달라질 거야.” 그녀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음색에 매료되어 매일 바(bar)를 찾는 묘한 남자, 채관모. 그는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 자신의 복수를 도우려는 걸까? 복수라는 운명공동체 안에서 키다리아저씨를 자청하는 남자에게 왜 마음이 출렁거리는 걸까? 그의 꽉 다문 입술이, 어딘지 모르게 고독해 보이는 눈빛이, 강한 남자의 손등과 손가락이 마음을 휘젓는다. “우리 서로에게 ‘home’이 되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