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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윤건의 오만한 시선이 천천히 그녀를 훑어 내렸다. 심하게 부부 싸움을 한 적도 없고 두 사람 사이에 딱히 트러블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목소리를 높여 본 적도 없었고, 화를 낸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니 윤건의 입장에서는 서녕의 이혼 요구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오윤건 씨.” 윤건을 부르는 서녕의 목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벼웠다. 남편 머릿속은 잔뜩 어지럽혀 놓고 저렇게나 산뜻한 얼굴이라니. 윤건의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냥 해 보는 말 아니에요.”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서녕의 표정이 기어이 윤건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럼 진짜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묻는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거칠어져 있었다. “그래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즉각 나오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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