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 한뼘 로맨스 컬렉션 30

· 한뼘 로맨스 컬렉션 Aklat 30 · 젤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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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gkol sa ebook na ito

<책 소개>

#현대물 #판타지물 #동거 #오래된연인 #천재 #애잔물 #성장물 #잔잔물

#상처남 #초식남 #후회남 #무심남 #상처녀 #후회녀 #절륜녀 #외유내강

주희와 윤우는 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만난 이후, 동거를 하고 있는 커플이다. 매번 최종심에서 떨어져서 아직까지 등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시인, 윤우.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동화를 쓰면서 살고 있는 주희. 좌절감이 심해진 윤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주희에게 용돈을 타 매일 경마장에 간다. 따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는 허황된 약속만을 남기고. 그런 윤우를 보면서 삶의 고단함에 식욕과 성욕 마저 잃어버린 주희. 그런 주희 앞에, 짬뽕과 함께 작은 노트 하나가 배달된다. 그녀는 그 노트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꿈이 실현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노트라는 판타지적 소재와 좌절된 삶의 고단함, 서로를 갉아먹기만 하는 연인 관계라는 주제가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으로 버무려진 단편.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1.8만자 (종이책 추정 분량: 36쪽)

 

<미리 보기>

- 적다.

주희는 그렇게 적었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고 했다. 몇 년 전엔 무소유란 책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뺄 수 있는 삶이라면, 성공한 인생이겠지. 주희의 ‘적다.’는 유행과 동떨어져 있었다.

주희의 사무용 책상은 지저분했다. 아무렇게나 놓인 세금 청구서와 먼지 쌓인 책들. 머그잔에 눌어붙은 커피 자국. 손때 묻은 노트북 속에 들어있는 동화 원고들. 손수 필사한 안데르센과 보르헤스의 글들. 주희에게 많은 것은 쓰레기 더미뿐이었다.

“적다.”

주희는 자신이 쓴 단어를 소리 내어 읽었다. 그녀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숫자가 적었다. 통장에 남아 있는 금액.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 연락처의 번호 개수. 애인과 관계를 나누는 수까지도.

주희는 투룸에서 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애인은 전날 밤늦게 들어왔다. 주희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에게서 다른 여자의 냄새는커녕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늦은 아침.”

문이 열리고 윤우가 거실로 나왔다. 그는 팔을 쭉 뻗어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순수해 빠진 어린 애 같았다. 주희의 손에 들린 반쯤 피운 담배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윤우는 코를 막았다.

“실내에서 담배 피우지 말랬잖아.”

“신경 쓰지 마. 신경 안 쓰면 못 느끼니까.”

주희는 윤우의 얼굴도 안 본 채로 대꾸했다. 윤우는 대학생 때 만난 동기였다. 키가 큰 것도 아니었고, 동기 중에 특별히 걸출한 스펙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맑은 피부에 선명한 눈빛을 갖고 있었다. 주희는 연합 엠티를 갔던 날 우연히 그의 머리 냄새를 맡았다. 그에게 반했었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좋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금욕주의자였다. 물론 섹스도 거의 하지 않았다.

“주희야, 마장 다녀오게 십만 원만 빌려주라.”

그런 남자가, 요즘은 경마장에 나갔다. 한 번에 거액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었다. 십만 원씩이었다. 윤우는 통장이 비자, 주희에게 손을 벌렸다. 주희는 알고 있었다. 윤우의 목적은 철저한 자기 파괴라는 것을.

‘갚은 적도 없으면서.’

주희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소리를 삼켰다. 또 경마장 말한테 밥이나 주려고 하는 것인가. 주희는 군말 없이 지갑을 열었다. 오만 원짜리 한 장과 만 원짜리 세 장. 주희는 만 원 한 장만 빼고 윤우에게 건넸다.

“이거밖에 없어. 다녀와.”

윤우는 무표정하게 돈을 받았다. 주희는 윤우의 반응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의 애인 윤우는 천재였다. 적어도 대학에 다닐 때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두 사람은 문예창작학과 동기였다. 주희는 희곡을 잘 썼고, 윤우는 현대시에 두각을 보였다. 졸업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 동기들은 제약회사로, 은행으로, IT 기업으로 취업을 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두 사람은 도태되었다.

“이번엔 따서 올게.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윤우는 빈말을 흘리며 현관을 열었다. 주희는 쳐다보지 않고 혼잣말했다.

“어련히도.”

현관문이 닫혔다. 주희는 쯧쯧 혀를 찼다. 보나 마나 허탕치고 올 테였다.

“하...... 짜증난다.”

주희는 노트북 커버를 덮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던힐 6mm 곽에서 마지막 남은 담배를 꺼냈다. 불붙이고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후.”

담배가 부쩍 늘었다. 그만큼 식욕과 성욕이 준 것일지도 몰랐다. 요즘은 하루에 네 시간도 잘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윤우는 자기 일에만 몰두했다. 주희로선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삶이 거지같았다.

딴딴단.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주희는 사무용 책상까지 바닥을 기어서 갔다. 벨 소리가 열 번은 울리고서야 폰을 잡았다. 액정을 확인했다. 출판사 사장이었다.

“여보세요?”

“작가님, 잘 지내셨나요?”

“예, 별일 없어요.”

주희와 사장은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았다. 사장의 목소리에서 겸손함과 온화함이 느껴졌다.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유능한 사회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희나 윤우 같은 사람에겐 불가능한 스킬이었다.

“작가님, 다다음달이 마감인데, 진척도는 어때요?”

차라리 저 사장이라도 꾀어볼까. 사장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였다. 사장은 치근덕대지 않으면서도 추파를 던질 수 있는 남자였다. 구두 계약을 하며 저녁을 먹었을 때, 윤우가 그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감 시일 맞춰서 드릴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윤우 씨는 잘 지내요?”

사장은 윤우에 대해 알고 있었다. 윤우는 이미 문단에서 유명한 미등단자였다. 최종심의 고비에서 매번 쓴맛을 삼켰지만, 시인이나 평론가들은 그를 좋아했다. 물론 그 사실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네 뭐. 아프진 않으니까요.”

주희는 수화기 너머로 씁쓸한 농담을 건넸다. 주희가 윤우와의 속궁합을 잘 모르는 것처럼, 사장도 윤우의 생활을 잘 몰랐다. 윤우는 쓸데없이 신비주의로 치장한 남자였다.

“네에. 그럼 잘 지내시고요. 전화 끊겠습니다. 들어가세요!”

“네!”

통화가 끊겼다. 주희는 피식 웃었다. 어딜 자꾸 들어가라는 것일까. 주희는 집이었다. 더 도망칠 곳도 없었다. 주희는 다시 소파에 누워 기지개를 켰다. 허기졌다. 지갑에는 만 원이 남아있었다.

“배달이나 시킬까.”

주희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짬뽕 한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소파에 늘어져 있다 보니,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만요.”

주희는 현관을 열었다. 중국 도사처럼 길고 폭넓은 적색 옷을 입은 남자가 철가방을 열었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콘셉트였다. 주희는 입을 벌린 채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법의 맛을 자랑하는 중화요릿집, 산해경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도사 풍의 철가방은 만 원을 받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주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칠천 원 아니었나?”

주희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이내 표정을 가지런히 풀었다. 뭐, 이런 쇼를 봤으니 상관없었다. 주희는 낮은 밥상을 펼치고 그 위에 짬뽕을 올렸다. 짬뽕 용기 위로 네모반듯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뭐지?”

주희는 랩을 벗겨 냈다. 랩으로 덧씌운 용기 위에, 순백색 커버의 노트가 놓여있었다. 사은품일까. 집에 널린 것이 종이였다. 노트가 필요하진 않았다.

“배달 잘못 온 거 같은데.......”

그러나 짬뽕은 일회용 용기였다. 배달부는 그릇을 찾으러 오지 않을 것이었다. 노트 하나에 삼천 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주희는 짬뽕을 먹은 다음 노트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얀 노트와 배달부의 요란한 등장과 퇴장이 겹쳐 보였다. 주희가 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삶이 동화 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화 같은 일을 바라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주희는 노트의 커버에 피그말리온이라 적었다. 상아를 조각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들어낸 그처럼, 자신도 이 노트에 뭔가 적는 것으로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부질없는 희망이었다.

“정말로, 부질없는 희망일까?”

 

<한뼘 로맨스 컬렉션 시리즈>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가볍게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길 수 있는 로맨스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로맨스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관련 컬렉션으로 "한뼘 BL 컬렉션"도 즐겨주세요.

(참고) 한뼘 로맨스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_유리에 대하여_르소

_내 남자친구는 퇴마사_윤잔디

_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_예인

_후연_예인

위의 도서 외 매달 2-3종 내외의 신간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Tungkol sa may-akda

읽어주셨으면 감사드립니다.

재밌었다면 더욱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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