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뜨거운 혀가 시영의 입술을 가르고 침범했다. 순순히 열린 시영의 입술 안에서 태주의 혀는 교활한 뱀처럼 속속들이 속살을 헤집고 다녔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농염한 키스에 시영은 태주에게 몸을 기댔다. 태주는 든든하게 시영의 허리를 받치는 것과 동시에 말캉한 혀를 감아채 자신의 입 속으로 끌어들였다. 까끌한 혀가 부딪치고, 타액이 섞이는 질척한 소리가 파도 소리를 뚫고 두 사람의 귓가에 닿았다. 짧게 내쉬는 가쁜 숨 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서로의 얼굴에 닿았다. 몇 겹으로 둘러싸인 두꺼운 겨울 옷감을 뚫고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서로의 체온이 전달되었다. “하아!” 결국, 숨이 달린 시영이 슬그머니 고개를 뺐지만 득달같이 따라온 태주의 입술에 먹혀 들어갔다. 태주는 욕심껏 시영의 입술을 마시고 탐해도 부족했다. 이런 키스 따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바지를 뚫을 듯 성을 내는 욕망이 저를 풀어 놓으라 아우성쳤다. 말랑한 가슴을 쥐고 싶은 손을 간신히 붙들어 시영의 허리를 부서져라 안지만 그보다 더한 쾌락이 있다는 것을 아는 몸이 태주를 배반하려 했다. 시영은 정신이 아득하도록 자꾸만 밀어붙이는 태주 때문에 다리의 힘이 풀렸다. 수없이 키스를 하고, 수없이 서로의 몸을 가졌던 걸 기억하는 시영의 몸이 다글다글 끓었다. 서로의 몸이 합쳐질 때 주는 극상의 오르가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제 안의 여자가 더한 걸 달라고 졸라 댔다. 태주의 손이 저를 끌어당겨 그의 몸에 파묻히는 순간, 노골적으로 성을 내고 있는 그의…. ---------------------------------------- “내가 다시 너를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스무 살의 그때처럼 너를 돌려놓을 수 있을까? 아니, 나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다시 빛나는 너로 돌아가도록, 내가 만든 상처에 너 혼자 숨죽여 울지 않도록 노력할게. 죽도록 노력해서 앞으로는 아프지 않게 내가 정말 잘할게.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나 한 번만 봐주라, 시영아.” 자신의 실수로 떠나보낸 시영을 절절히 그리워하는 남자, 한태주. “내 이름 부르지 마! 그 입으로,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부르지 말란 말이야. 하임이 때문에 이만큼이나마 참아 주고 있는 거니까.” “내가 아직도…… 밉니?” “아니. 당신은 이제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그런 감정 따위 느끼지 않아.” 시영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제가 태주에 대한 감정을 전부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에게만은 숨기고 싶었다. 구질구질하게 혼자 예전의 기억을 들추며 그리워하는 저를, 아직도 태주의 목소리에 가슴 두근거려 하는 미련한 저를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다. 힘들었던 만큼 두 번째 연애에서는 신중하고 싶은 여자, 신시영. 캠퍼스 커플로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이혼한 부부, 그들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