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슬픔을 껴안는 여성적 시선, 이혜경 문학 세계의 대표작
1995 오늘의 작가상, 2004 독일 리베라투르상 수상작
이혜경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슬픔의 힘은 그녀의 소설을 이끄는 순정성의 미학에서 비롯한다. 요컨대 그녀의 소설에서 배어나오는 슬픔은 그녀의 소설이 지나치게 착하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지나친 착함은 길 위의 집을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만든다. 지나치게 착하다는 것, 그것은 어떻게 보면 삶이 안겨 주는 고통에 대해 그만큼 무방어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원망과 미움을 모르는 마음,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고통을 피해가거나 영악스럽게 저항할 줄 모르는 마음, 이혜경의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그 순정한 마음의 한 자락이 우리를 슬프게도 하고 불편하게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