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그의 숨결이 닿는 곳,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말숙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들먹이며 채원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눈썹과 날렵한 콧날 아래 단단하고 반듯한 입술이 낮은 조명 빛을 받아 더욱 그를 관능적으로 보이게 했다. 굳이 특정할 필요 없이 그의 온몸이 사악할 정도로 섹시하게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우리 이젠 친구는 안 되겠지?” “여태까지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 아찔하고 짜릿한 희열, 그녀를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인 양 바라보는 그 눈빛에 사로잡힌 한 마리의 부나비가 되어 버렸다. 불 속으로 뛰어들기도 전에 이미 온몸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이미 달아오른 표정으로 말숙은 그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짙고 끈적끈적한 불 속으로. 그가 뿜어내는 체취에 취해, 이성이 마비된 채로. 그렇게 모든 것은 한순간에 결정되었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왠지 이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