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비오는 날 밤 결국 정체 모를 남자를 집까지 데리고 왔다. 비에 흠뻑 젖은 남자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신음하고 있었다. 어둑해서 몰랐는데 집에 들어와 보니 허리쯤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혹시 범죄자를 데리고 왔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하더니 아예 눌러앉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 신세 제대로 갚을 테니까 있을 때 좀 잘해주지?” “신세 안 갚아도 되니까 이제 그만 나가주면…….” “입 아프지 않아?” 당연히 아프다. 물론 머리는 더 아프다. 왜 쓸데없는 오지랖을 떨어서 이 기막힌 상황을 만들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쥐어박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말이다. 비슷한 덩치인 두 사람이 살아도 좁을 판에 끝내주는 기럭지에 덩치도 작지 않으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새장에 갇혀 사는 기분이었다. 씻는 것도 그렇고 편한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못하고, 나갈 때마다 식사 준비를 해놔야 하고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의는 또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불청객인 주제에 입만 열면 따박따박 말꼬리를 잘라 먹는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무리 봐도 내가 잘생긴 것 같아?” 게다가 이 남자 겸손의 미덕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정도가 그 수위를 넘어선 것 같았다. 참 이렇게 골고루 한꺼번에 재수 없기도 힘든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