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생각해?”
신재가 나른한 동작으로 손을 움직이더니 그녀의 팔뚝을 닿을 듯 말 듯 느리게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귓불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숨소리가 서서히 격렬해져가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그가 있기 때문에 이런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아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신재가 곧장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너, 틈만 나면 도망가는구나?”
“놔요.”
“싫어. 넌 내가 싫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야. 네 본질을 내가 다 보게 되는 게 두려운 거겠지.”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껏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를 벗어나서 우뚝 멈춰섰다.
“나신재 씨는 죽었다 깨나도 날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상관없어요.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갈게요. 두 번 다시 이런 불쾌한 장난은 하지 말았음 좋겠군요.”
싫다. 신재에게 휘둘려 모든 걸 다 까발리고, 그에게 동정 받게 되는 게 싫었다. 이렇게 됐다고 해서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다.
“어디든 가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다시 내 앞으로 끌고 올 테니까. 두고 봐!”
예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