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 사진을 책표지로 도용한 로맨스소설 작가를 만났다. 예상과 달리 앳된 얼굴과 맑은 눈을 가진 그녀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내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가 읽는 야한 로맨스소설에. 아니, 왜……?
“공공장소에서 부끄러우셨을 텐데 그 점은 충분히…….”
“안 부끄러운데요.”
뭐가 부끄러워?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게 부끄러워? 결혼도 안 한 남녀가 서로 안고 같이 자는 게 부끄러워? 도대체 이 남자는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
“그래요? 그럼 다시 읽을 수도 있겠군요?”
“그, 그럼요!”
이, 이게 아닌데? 뭐지? 지금 기다렸다는 듯이 노트를 준 거야? 이 남자, 생각보다 위험하다.
임지영(디카페)
재능은 끈질긴 인내다. 라는 말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이야기꾼입니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