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덜덜 떨면서 사내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사내는 여인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네 아비를 원망해라.” “소녀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는 것이옵니까.” “벗으라면 벗을 것이지 무슨 말이 많은 게야!” “대군마마, 비록 제가 신분은 천하지만, 아직 처녀이옵니다. 혼례조차 치르지 않았는데 어찌 제가 함부로 옷을 벗는단 말이옵니까.” “네년의 아비가 날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제 목숨 살리려고 널 내게 바쳤음이야. 당장 벗어라.” 여인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분명히 대군의 소실이라고 들었는데 이것은 대군의 소실이 아니었다. 노리개도 이런 노리개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