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히고 싶다면 박아 줘야지, 신사답게.” 학벌이면 학벌, 외모면 외모, 훨훨 나는 승소율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 이루다. 탄탄대로 같던 그녀의 인생에 난데없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니, 이쯤이면 먹구름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일이 너무 많아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가 좀 늦을 뿐인데 폐경이라니. 원인 불명의 조기 폐경이라니! 좀 많이 이르지만 없는 경우도 아니라며 위로하는 의사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나이 서른. 그러니까, 만으로 따지자면 아직도 이십 대인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상상한 적 없었으니 말이다. 결혼은 지지부진한 감정의 오류요, 아이는 그릇된 선택이 불러온 최악의 결과물이라 치부하던 평소와 달리 임신을 못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더할 수 없이 조급해졌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건 그러니까 하늘과 땅 차이였다. 까짓 연애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빼닮은 2세는 별개의 문제니까. 서른 살을 살아 내는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가 이토록 간절해질 줄은 그녀조차 생각 못 한 결과였다. 매진 임박, 시간 부족이라는 홈쇼핑 광고에 저도 모르게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처럼,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덜컥,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자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최고의 유전자를 지닌, 임신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남자의 정자가! 그래서, 그 목적으로 자빠뜨렸을 뿐인데…… 누가 알았을까. NT 그룹 개차반 남무열이 일란성 쌍둥이인 줄. 자신과 불타는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남무열이 아닌, 죽음의 신 하데스라 불리는 남무결일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