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가여웠던 소녀가 자라나 여인이 되었다.
제게는 독이 되었다.
삼키고 나면 내장이 다 녹아내릴, 코끝에서만 달콤한 독.
“제정신이야? 너, 내가 대체 누구로 보여?”
“은소미로 안 되면, 은이희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나, 쌍둥이처럼 닮았잖아요.”
꿈에서도 이루어져선 안 될 소원이었다.
반평생 저를 삼촌이라 부르던, 까마득히 어린 그녀를
수컷으로 욕정하는 것 따위는.
“두 번은 없다는 거, 네가 한 말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할 거야.”
사랑하는 연인처럼 품지 않을 것이다.
꿈에서도 추억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
은소미의 허황된 낭만을 포기시키는 데는 넘치게 충분할 시간이었다.
라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