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만나는 사이에 그렇게 자세한 것들을 알 필요가 있나?”
그녀는 깊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긴, 그건 하원도 마찬가지였다.
사귀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눈치채지 못하게 경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귄 지 1년, 서로의 몸밖에 모르는 이 관계가 조금씩 삐걱이기 시작했다.
그저 욕망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
그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태린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조금만 다가서려고 하면, 과거의 상처 때문에 경직되는 그를 느꼈으니까.
김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