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진 씨 맞습니까?”
“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시선이 닿았다.
“비가 많이 오네요.”
하진이 화제를 돌리려 입을 열었지만 그는 대답이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질문의 의도, 침묵과 그의 눈빛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대화를 이어 갈 의지가 없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이 남자의 의중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겠지.
“음, 그냥 제가 별로라면 비 구경하면서 차 한잔 마시는 걸로 생각하세요.”
하진이 고요한 눈빛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표정 좀 불편해서요.”
하진의 무덤덤한 말에 태성의 눈빛이 흥미롭게 반짝였다.
“내 표정? 읽었어요?”
태성이 입매를 당기며 물었다.
당연하지.
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그를 무시한 채 하진이 다시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소심한 복수다.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조하진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를 다시 만났다.
“조하진 씨?”
하진이 멈칫했다.
“뭐라고 했어요?”
그녀는 최대한 무덤덤하게 되물었다.
“조하진 씨말이야. 네 언니. 얼마 전에 조하진 씨와 선을 봤어.”
그때 주문한 와인이 나왔다. 당황스러움을 들키기 전에 잠시라도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조하진 씨와 선을 본 것에 대해선 사과하고 싶어서.”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의 태성이 하진의 빈 잔에 와인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언니 아니에요.”
미소를 지은 하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불길한 예감에 하진이 물었다.
“잤거든. 네 언니랑.”
익숙해져 버린 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자 – 차크
<출간작>
네가 없어도. 어쩌면 그날. 한참 지나서. 목요일 그날의 기억. 지금이 아니라면. 우린 왜 헤어졌을까. 보통의 결혼. 낭만적 사랑중독. 그의 사각지대. 그저 사랑 하나에. 그런 만남. 낭만적 아이러니. 우아한 청혼. 에고이스틱 로맨스. 아주 괜찮은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