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출 ? 무삭제 완전판]은 종이책으로 출간된 [노출]의 무삭제판으로, 작품 전체적으로 개정 및 수정은 물론, 에피소드가 추가되어 1, 2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용에 참고해 주세요. “이제 내 마음 알았으니 넌 지금 이 시간부터 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해. 이래도 포기할 수 있어, 날?” “포기할 수 없어요.” “그 말을 기다렸어. 서로 포기가 안 된다면 우리 같이 천박해지자.”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해 버린 그에게 오직 복수만을 꿈꾸는 그에게 이하윤, 그녀는 그저 사냥을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 그러나 냉혹한 그의 말과 눈빛에도 따스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미소를 보는 순간,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그 눈빛을 보는 순간, 그녀는 그에게 ‘여자’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 갖고 싶은!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버림을 받아야 했던 그녀에게 강준원, 그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머나먼 남자였다. 그러나 냉혹한 눈빛 속에 감춰진 아픈 상처를 보는 순간, 그녀를 향해 내밀어진 따스한 손수건을 받아 드는 순간, 그는 그녀에게 ‘남자’가 되어 버렸다.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계획된 만남, 그리고 계속되는 우연과 필연.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준원과 하윤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방법이 있으면 나 좀 가르쳐…….” 그 순간, 무언가가 강하게 입술을 막았다. 하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로 눈앞에 준원의 감은 눈이 있었다. 눈을 깜박거릴 때 예쁜 눈을 감싸고 있던 기다란 속눈썹도. 왜 그가 눈앞에 있는 건지 당장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벌어진 입 안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뜨겁고 거친 움직임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저 뜨겁다고 느꼈다. 몸은 감각이 없는데 뜨거워서 머릿속이 녹아 버릴 것 같은 느낌. 눈동자가 자꾸만 흐릿해졌다. 발아래가 흔들렸다. 세상이 기울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양복 끝을 붙잡고 정신을 차리려고 눈썹을 연신 깜박거렸다.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입 안에서 느껴졌다.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낯선 소리다. 음식물밖에 들어가지 않은 입 안에 무언가가 들어와 있었다. 입 안의 천장을 난폭하게 핥는 느낌에 마비가 된 듯 꼼짝 않던 몸이 일순간 뜨겁게 전율했다. 하체 깊숙한 곳으로 무언가가 꿰뚫듯 파고들어 왔다. 박하향, 나무숲 향 같은 체취, 그리고 닿아 있는 참을 수 없는 달콤한 숨소리. 그것에 육체가, 영혼이 미친 듯이 반응했다. 좋다고, 좋아서 죽을 것 같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윤은 자신의 반응에, 그의 행동에 경악하며 가슴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 그때까지 깊숙이 파고들던 입술이 부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하윤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준원의 이글거리는 눈을 올려다보았다. 말캉거리고 뜨겁고 달콤하던 그것. 입 안을 온통 헤집고 다니던 그것. 그의 아랫입술이 관능적으로 젖어 있는 그 이유. 준원이 그녀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눈이 더욱 커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준원은 토끼처럼 놀란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양손으로 그녀를 벽에 가두었다. 건장한 육체가 기울면서 그녀의 작은 몸을 나른하게 짓눌렀다. 처음으로 서로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황홀했다. 강렬한 눈빛이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싫어?” 싫다고? 싫을 수가 없다. 아니, 전혀 싫지 않다. 키스의 느낌은. 그의 온기에 닿는 느낌은. 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준원이 그 마음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 뜨겁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윤은 살짝 벌어진 준원의 입 안을 홀린 듯 보았다. 입술과 입술이 살짝 닿았다. 숨결이 파르르 떨렸다. 좀 더 깊숙이 아랫입술이 파고들어왔다. 더운 숨결이 서로의 피부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그 순간, 그는 호흡을 뜨겁게 쏟아내며 움직임을 멈췄다가 힘없이 벌어진 입 안으로 달콤한 침입을 강행했다. 자신만만하게 파고들어 온 혀가 그녀의 여린 숨결을, 순결한 입술을, 그리고 떨고 있는 혀를 뜨겁게 강탈했다. 그동안 참아 온, 억눌러 온 감정을 쏟아붓기라도 하듯 그녀의 숨결에 굶주려 하며 뜨겁게 혀를 옭아맸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으며 파르르 떨었다. 제 입 안처럼 돌아다니는 남자의 거친 탐욕에 영혼이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사람은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는 공공장소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뜨겁고도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입 안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랫입술을 빨아대는 느낌에 흐느끼며 내려뜨린 손가락을 꼭 모아 쥐었다. 눈을 뜨기가 겁날 정도로, 꿈일까 두려울 정도로, 온통 그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텅 빈 계단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는지, 몇 십 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준원의 입술이 물러났다. 바깥 공기와 닿은 입 안이, 입술이 차가운 기운에 움찔했다. 하윤은 숨을 뜨겁게 몰아쉬며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심하게 오르내리는 목울대가 보였다. 근사한 목덜미도, 날렵한 턱 선도, 그리고 살짝 벌어진 젖은 입술도. 하윤은 황급히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준원이 손가락으로 벌어진 젖은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키스와 같은 느낌, 그리고 달콤한 접촉에 심장이 출렁거렸다. 입술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고 이어서 그가 그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마주치게 했다. “생각했던 대로 달아, 너. 이하윤.” “…….” “대답해.” “……네.” “나랑 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