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은 마주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그래, 어쩌면. 하지만 이런 식은 결코 아니었다.
“의외네. 빨아 달란다고 빨아 주는 부류인 줄은 몰랐는데.
빨기만 했겠어? 잘하면 아예 드러누워 박히기도 했을 거야, 그렇지?”
비딱하게 구는 그라도 상관없었다.
도움이 필요했고, 결국은 얽히게 된 사이.
시작과 동시에 확연하게 나뉘고 만 갑과 을.
혼란스럽다. 의준이 제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 뭘까.
단순한 호의일까. 혹은 지나간 일에 대한 복수인가. 아니면…….
“기의준.”
“말해.”
“너 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야?”
“하자면 할 거야?”
심장이 내려앉는다.
집요하게 쳐다보는 까만 눈동자에,
잔뜩 잠긴 느른한 목소리에.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멋대로 생겨나려는 이 위험한 감정들을, 늦기 전에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