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에이하는 난데없이 뒤바뀐 세상과 마주한다. “모든 걸 다 잊은 거예요? 모두 다?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까?” 다우스키르헨 공작 비셰리트라고 소개한 검은 머리의 미남자는, 우리가 결혼한 부부라고 말한다. 작년 여름 낙마 사고를 당한 뒤로 그녀가 줄곧 눈뜨지 못했다며, 울먹이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에이하는 심장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경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설원으로 둘러싸인 성과 아름답지만 속내를 숨기는 공작, 그리고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기억의 공백. 에이하는 과연 잃어버린 기억 속 열쇠를 찾아 이 성이 숨기고 있는 무서운 비밀을 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