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구질구질하네, 유은하는.” 반쯤 풀어헤쳐진 머리칼과 고된 노동에 잔뜩 달아오른 뺨, 이미 땀에 푹 절여진 자신과 다르게 눈앞의 남자는 오늘도 완벽하기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깔끔한 슈트 차림의 태건은 누가 뭐래도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태건의 눈에 자신이 구질구질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은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책임져 달라고 말해 봐. 그럼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아, 그러니까.” “기회는 딱 한 번뿐인데.” *** 은하의 입술을 삼키며 태건은 마음껏 그녀를 탐닉했다.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곳곳을 파헤치는 태건에게 은하는 어느새 잠식당하고 말았다. 하고 다니는 꼴은 어디에 내놓아도 주워 가지 않을 정도로 싸구려 같은 여잔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이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하필이면 닳고 닳은 저 같은 놈에게 걸려 제대로 인생을 망치게 생긴 은하가 딱하다는 생각도 태건의 머리를 스쳤다. 제멋대로 얽혀 있던 입술이 어렵사리 떨어졌다. “왜 이렇게 무서워해.” “그게, 그러니까….” “부부 사이에 이런 게 그렇게 무서울 일인가.” 매섭게 치켜 올라가는 태건의 눈썹에 은하는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태건은 은하에게 뭐랄까. 동경이나 선망의 대상에 가까웠다. 태건의 가벼운 손짓 하나, 시선 하나에서도 몸에 밴 우아함과 기품이 느껴졌으니까. 설령 남들과 똑같이 천박하기 짝이 없는 단어가 태건의 입에서 튀어나올지라도 말이다. 특히 태건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저 ‘부부’라는 말이 이상하게 은하의 심장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분에 넘치는 행운을 우연히 거머쥐게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