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내가 반갑지 않은 얼굴이네. 4년이나 널 찾아다닌 보람도 없이.”
은하는 믿을 수 없었다.
4년 전, 배 속의 아이를 부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였으니까.
‘임신했어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해요? 애 아빠는 뭐하고.’
그녀는 사랑이었지만, 그는 욕망뿐이라는 걸 그때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허락도 없이 도망쳐 그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많이 아픈 모양이야. 다른 새끼 걸 받아먹으니까 이렇게 탈이 나지.”
조소를 머금은 입술이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내가 기꺼이 뻐꾸기 둥지가 되어 줄게, 은하야.”
은하는 예감했다. 그의 비틀린 집착에서 도망칠 길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