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과 그는 비서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파트너일 뿐이다.
언젠가 끝날 관계였기에 수연은 이 지독한 짝사랑을 놓기로 마음먹는다.
제 마음을 지키기 위해,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도망은 길지 않았다.
“애까지 배 놓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는 수연을 놓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내 아이예요.”
“우리 아이겠지.”
“원하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아이만, 아이만 허락해 주세요.”
수연은 그에게 애처롭게 매달렸다. 아이와 함께 평생 죽은 듯이 숨어 살겠다고.
그러나 수연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는 한 번 가진 것은 죽어도 제 것으로 삼는다는 것을.
“너도 아이도 결국엔 내 거야, 수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