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에게 인생 전체를 맡길 생각은 1도 없다. 오늘 이 맞선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불량해지기로 했다. 망사 스타킹에 찢어진 미니스커트와 드러난 가슴골, 게다가 노골적인 협박성 메이크업까지. 어떤 놈도 그녀를 정상이라 판단하기 어려운 차림을 하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 오현태와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하고 말리라, 각오를 다지며. “한성연 씨?” 묵직하게 가슴을 훑는 매력적인 음색에 성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 익히 소문을 들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매력적으로 잘생긴 남자일 줄은 몰랐다. ‘와아…….’ 순간 멍청하게도 가슴이 뛰었다. 희대의 호색한이라는데, 왜 이러지? 속지 말자. 모든 걸 양보해도 저런 카사노바와 결혼은 절대 안 될 말이다. “차림이…… 매우 독특하군요.” “그런가요? 마음에 안 드나요?” “안 들 거야 없죠. 하지만 꽤 과하긴 하군요.” 뭐야? 지는 발정난 개처럼 하고 돌아다니면서 그럼 나는 정숙해야 되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네. 너! 잘 걸렸어! 아주…… 지옥 랜드에 잘 왔다! 기대해! 끝도 없는 광년이의 매력을 보게 될 테니까. “갑자기 되게 하고 싶군요. 이 결혼…….” 순간 그의 눈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 건 그녀만의 착각일까?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추진하고 싶어졌어요. 한성연 씨 때문에.” “제가 왜?” “그러게요.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