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사조차 하지 않았으니, 사실 소꿉친구란 이름도 유명무실한 상황.
그런데 나, 제정신인 걸까?
“섹스가 그렇게 중요해?”
“왜, 내가 가르쳐 줘?”
“그럴래?”
놀라는 시선이 부딪쳤다.
“나랑 자자, 이도현.”
“윤서하. 술 마시면 술에 먹히는 타입이네. 생각보다 한심하다?”
“양아치인 너만 할까.”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대화이건만 어딘가 밀어를 속삭이는 듯 끈적하고 부드러웠다. 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후회 마라?”
서하는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톡 쏘았다.
“내가 언제 후회하는 거 봤어?”
말이 끝나자마자 도현이 서하의 뒷머리를 붙잡아 당겼다.
짧고 강렬한 입맞춤 후,
엄지로 그녀의 입매를 매만지며 도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못 봤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데, 그를 구제 못 할 양아치라고 생각하는 서하마저도 움찔할 만큼 근사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