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보험’ 보험 판매원 한미연 화장기 없는 얼굴로 억척스럽게 살던 그녀에게, 남편은 궁상맞다 했다. 그런 남편이 어린 여자에게로 떠나고, 미연은 하나뿐인 아들을 키우려 뭐든 다 했다. 사랑을 제외한 뭐든지…… 같은 건물 5층,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변호사 민도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가슴 한편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텅 빈 자리에 사랑은 다시 없을 거라 굳게 믿었지만, 그녀와 만났다. 한미연…… ‘대체 왜?’ 눈을 내리깐 채 가쁜 숨을 내쉬는 미연을 보며 도윤은 아차 싶었다.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끝났어야 할 일탈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다. 소송이 끝나면 그녀가 이곳을 떠나리라 자신도 예상을 한 것인데, 그러기 위해 민사까지 진행하자고 부추겨 놓고도 그녀가 떠난다는 말에 화가 났다. ‘왜?’ 다시 제 마음에게 묻자 도윤의 냉철한 이성이 먼저 대답해 준다. ‘그녀가 떠나는 것이 싫으니까.’ ‘그러니까 왜?’ ‘네 것이 된 여자니까.’ ‘내 것?……내 것!’ 내 것이란 생각이 들자 도윤이 그녀의 허리에 제 팔을 둘렀다. 흡사 연인처럼 포옹을 하는 자세가 되고 도윤은 그대로 소파 위로 넘어졌다. 난생처음 내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풋내 나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도, 복학 후 근사한 퀸카 후배를 사귈 때도, 심지어 제 아내를 봤을 때도 내 것이란 확신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속삭이며 관계를 가졌을 때도 그 여자들은 말 그대로 사랑하는 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랑이었고, 사랑한다 생각했고, 사랑이 아니란 걸 깨달은 후에도 그녀들에 대한 상징적인 이미지는 언제나 같았다. 집착할 수도 없고, 집착하면 안 되는 그녀들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는 도윤만의 몫이었다. 그런데 지금, 고작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고 이 여자에게는 집착을 하고 있다. 제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그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졌다. 처음 봤을 땐 분명 이 감정이 아니었는데. 그저 두루뭉술하게 생긴 친절하고 소심한 보험 판매원이었을 뿐인데. 얽히며 지나다 보니 깊은 마음까지 내어 주고 있었다. 갑작스런 감정의 격랑에 도윤은 심취하며 미연을 탐했다. 아주 잠깐 미연이 저를 밀어내는 몸짓을 보이자 더욱 화가 나 그녀를 몰아붙였다. 입술을 집어삼킬 것처럼 빨아 대고 뽀얀 블라우스가 젖어 가도록 제 것이란 낙인을 찍고도 모자라 허겁지겁 미연의 옷을 벗겨 냈다. “벼, 변호사님.” “도윤.” 그녀의 호칭을 따끔하게 고쳐 준 도윤은 벌을 내리는 사람처럼 그녀의 말랑한 엉덩이를 깨물었다. 하늘에서 열린다는 천도복숭아의 맛이 이러할까? 과즙도 무엇도 나지 않는 하얀 살덩어리에서 벌꿀보다 더한 단 내가 진동하는 것 같다. 마음이 조급해진 도윤은 그대로 혀를 내려 깊은 골을 따라간다. 이렇게 훤한 대낮에, 그것도 침실이 아닌 거실에서 제가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연의 몸을 탐닉했다. “으흐응.” 거부를 하던 미연의 입에서 신음이 나오자 도윤이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빛나는 그곳, 애액에 젖에 하얀 불꽃을 반짝이는 그녀의 숲을 확인한 도윤은 그녀의 몸을 뒤집어 저를 보게 만들었다. “미친놈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도 날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