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장편소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부터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까지, 단 네 권의 책으로 일본 하드보일드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쓴 하라 료가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개막을 알리며 귀환했다.
시즌 2의 첫 작품이자 10년의 세월이 응축된 작품답게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전작의 장점을 오롯이 계승하면서도, 한층 단단해진 스토리라인과 하드보일드다운 건조한 감성을 뽐낸다. 특히 겹겹의 음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낭만 마초’ 사와자키의 매력이 한겨울 도쿄의 메마른 정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읽는 맛’을 더한다.
하라 료는 일본 문단에서,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스타일을 지닌 작가로 꼽힌다. 그의 문장은 아름답고 작품의 구성은 견고하며 전개는 힘이 넘친다. 1946년 사가 현 도스 시에서 태어난 하라 료의 본명은 하라 다카시. 규슈 대학 문학부 미학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재즈피아니스트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서른 살 무렵부터 해외의 미스터리 소설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필립 말로 시리즈’로 잘 알려진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에 깊이 매료됐다. 그는 이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오로지 집필 활동에만 몰두한다. 신인 작가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인 마흔세 살에, 드디어 첫 작품을 발표한다. 신주쿠에 사무소를 둔 중년 사립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당시 일본 문단에서 볼 수 없었던 정통 하드보일드의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오른다.
1년 반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 『내가 죽인 소녀』는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고 일본 대중소설 작가로는 가장 큰 영예인 나오키상(102회)을 수상했다. 또 1990년 출간한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으로 일본모험소설협회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하는 등 단 세 권의 책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라 료는 펜이 늦다. 느린 정도가 아니라 자타가 인정하는 독보적인 과작(寡作) 작가이다. 1988년 데뷔 이래 19년 동안, 에세이와 단편집 그리고 네 편의 장편소설을 포함해 단 여섯 권만을 썼을 뿐이다. 사와자키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안녕 긴 잠이여』는 전작 이후 6년이 걸렸고, 네 번째 작품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9년이 걸렸다. 하지만 독자와 평론가들은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기나긴 시간 전부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외 소설로는 『안녕, 긴 잠이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