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군중 속을 찾아 걷는다>, <우울한 고양이>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아름다운 건축, 상냥한 여성, 고귀한 생활이 있고 참새 떼가 벚나무 가로수에 앉아 지저귀고 있는 번화가의 경치는 직접 보지 않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도시의 군중 속에 들어감으로 인해 고독감을 잊어버리고 자신도 대도시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는 유대감과 동질감을 일시적으로나마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지방의 소도시를 생활의 주 무대로 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 <불쾌한 경치>에는 도시의 희망찬 인상과는 정반대인 장마철의 쓸쓸하고 황폐하기 그지없는 시골 풍경이 그려져 있다. 시골의 황폐함과 열악함에다 우기(雨期)라는 계절적 요인이 주는 음습함까지 겹쳐서 시적 화자의 정신 건강조차 위협받는다고 하는 등 시골에 대한 혐오감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시집 ≪우울한 고양이≫만의 특이한 시 세계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은 <갯버들>이다. 촉촉이 젖은 갯버들이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묘지에서 시체에 말을 걸기도 하고 사령(死靈)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는 시체 애호자(Necrophile)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는 시 <요염한 묘지>, <짓무르는 육체>, <5월에 죽은 이>로 이어진다. 사쿠타로는 <우울한 고양이를 쓰던 무렵>에서 ‘민달팽이가 기어 다니는 음울한 묘지를 헤매면서 꿈속에서 죽은 애인의 유령과 밀회’를 하기고 하고 ‘육체가 자연히 사라지는 죽음의 세계와 의지가 소멸하는 열반에의 향수를’ 읊었다고 한 뒤, “나는 옛날 사람과 사랑하는 고양이와 짓무르는 것 같은 키스를 하는 것 외에는 모든 희망과 생활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러한 허무의 버드나무 그늘에서 추억의 여자에게 기대어 응석을 부리며 요염하고도 끈적끈적하며 사음(邪淫)한 유희에 빠져 있었다. ≪우울한 고양이≫ 한 권의 시는 사음 시이고, 그 생활 전체는 비윤리적인 죄악사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시집의 뒷부분에 실려 있는 <자유시의 리듬에 대해서>는 장편의 시론이다. 사쿠타로는 일본에서 드물게 시론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습작기부터 초보적인 시론을 발표해 왔으며, 이 시론은 1928년에 간행되는 시론집 ≪시의 원리≫의 기초 토대를 이루고 있다. 한편, 그는 시집마다 새로운 시 형태를 선보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 형태를 추구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론을 구축하려고 했다. 사쿠타로가 이 시론을 발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시집이 발간된 1920년대는 이른바 ‘민중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던 때다. 그들은 일반 서민 누구나가 시를 이해하고 또 직접 쓸 수도 있게끔 아주 평이하고 간단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로 시를 쓰고자 했다. 이런 그들의 노력에 의해 시의 대중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 부작용으로 시가 산문을 단순히 행을 구별한 것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 이런 ‘행을 구별한 산문’이 시로 인정받게 되고, 또 이런 유의 시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사쿠타로는 깊은 우려와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리듬이나 운율을 전혀 느낄 수 없이 단순히 행 구별만 된 시, 다시 말해서 산문시는 시가 아니며, 이것과 자유시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의도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자유시는 운율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을 뿐 ‘내재율’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의 논지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자유시가 시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