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카를로스』는 16세기 스페인 왕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자유의 이념과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 심리를 그린 희곡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등 이후의 유럽 예술에 복합적이고 무게 있는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국내에 출간된 기존 『돈 카를로스』와는 달리 원작의 운문 형식을 그대로 살려 새롭게 번역했으며, 작가의 창작노트도 함께 수록했다.
1759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마르바흐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라틴어 학교에 입학했으나 영주의 명에 따라 열네 살에 카를 학교에 들어갔다. 군사훈련을 기본으로 한 엄격한 학교생활 속에서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여러 문학작품을 탐독하고 시와 희곡을 습작했다. 졸업 이듬해인 1781년 학생 시절 집필한 희곡 『군도』를 자비로 출간했다. 혁명적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만하임에서 초연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실러는 몰래 공국을 이탈하여 <군도>를 관람한 것이 발각되어 금고형과 집필 금지령을 받았다. 이에 실러는 만하임으로 도주하여 희곡 『피에스코』 『간계와 사랑』을 완성하는 한편 1년간 만하임 극장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쾨르너와 교유하며 시 「환희의 송가」, 소설 『범죄자』 등을 발표했고 1787년에는 네번째 희곡 『돈 카를로스』를 출간했다. 이후 역사와 미학 연구에 몰두해 『연합 저지대의 독립의 역사』 『미학 편지』 등을 발표했으며 괴테의 추천으로 예나 대학의 역사학 교수를 지냈다. 계속되는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희곡 창작에 열을 올려 『발렌슈타인』 『메리 스튜어트』 『오를레앙의 처녀』 『메시나의 신부』 『빌헬름 텔』 등 대작을 연달아 발표했다. 집필중이던 희곡 『데메트리우스』를 완성하지 못하고 1805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