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계와 사랑>은 절대군주와 귀족계급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도전장이며, 시민비극의 최고봉을 이룬다. 시민비극은 독일 역사상 일정한 기간에 나타난 희곡의 장르로서 일종의 시대극이다. 시대극은 물론 시대적 배경이 바뀌면 시의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간계와 사랑>은 오늘날까지도 독일의 무대에서 생명력을 자랑하는 ‘스테디셀러’다. 이 극작품이 시대극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에는 비극의 주인공은 왕이나 귀족과 같이 고귀한 신분이어야 한다는 신분 조항이 있는데, 시민계급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이제 시민들도 당당히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실러의 극작품 중에서 동시대의 사회 및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희곡은 <간계와 사랑>이 유일하다. 또한 <간계와 사랑>은 희곡 구성과 극적인 사건의 전개가 치밀하게 잘 짜여 있어서 가히 희곡 작법의 교범이 될 만하다. 독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간계와 사랑>은 오늘날 연극으로서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으로서도 많은 사람들의 애호를 받고 있어서 우리가 꼭 읽어야 되는 고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