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깨끗하신가 보네요. 정신우 씨는.” “그쪽보다는 훨씬?” “…그렇게 말하니 한번 더럽혀보고 싶네요.” 조각보다 잘생긴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깎아내리는 신우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평온해 보였다. 신우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채완은 결국 제 앞에 있는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자신이 어쩌다 이런 취급까지 받게 된 것인지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나 이게 지금 자신의 위치라는 것을 채완은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없어야 재밌을 자리에 제가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었네요.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보기 좋은 거절이었다. 이로써 오늘 이채완은 정신우에게 들이대다 거하게 까였다는 소문까지 얻게 된 것이다. 채완은 헛웃음을 지으며 테이블 위 어떤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중이었다. 시선 하나 마음대로 둘 곳이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뭐 해? 확인시켜 준다며?” 그러나 어깨에 내려앉은 코트 덕분에 채완은 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