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지난날은 자신이 겪은 시간들보다 더 어둡고 독하다.
레나는 가만히 숨을 멈추고 그 상흔에 입을 대어보았다.
코끝으로 혁의 살결에서 은은한 삼나무 향이 맡아졌다.
후각을 파고드는 그 느낌이 떨림이 레나의 닫힌 내부를 모두 열어젖혔다.
사방 일 미터 남짓의 크지 않은 샤워부스 내부는 금세 희뿌옇게, 뜨거운 물줄기와 그들이 내뿜는 숨결이 빚어낸 안개의 아우라로 가득해졌다.
“나를 가져요. 들어와요, 내 안에. 내가 원해요. 그러기를.”
“너는 너무 아름다워, 레나. 레나. 레나.”
혁은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나의 굳게 닫혀있던 몸에 길을 내어, 그 속에 꽃이 피게 해줘요.
레나의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몸이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