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언니는 자신의 첫 아이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현실을 자각한 난, 빚을 갚기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났다.
숨 막히게 더운, 눅진한 동남아로.
무람없이 내게 매달리는 작은 아이에게 다시 마음을 빼앗기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아는 내려놓으세요. 세 시간 후 출국하는 비행기에 태워야 합니다.”
어느 날, 차가운 눈빛의 남자가 내게 명령했다. 떠나라고.
이렇게 내 품에 안겨 오는 아이를 또다시 떠나보내야 한다고.
“어디 갈 데는 있는 겁니까?”
“아뇨, 없어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날들. 어딘들 내가 속할 곳이 없었다.
“내 집으로 갑시다.”
그게 어디든, 죽지 않기 위해, 아니 죽음보다 더한 생을 그저 견디기 위해 따라나섰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단단한 품 안이었다. 나의 슬픔을 빨아들이는 당신의…….
***
“내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아니에요. 더 해 주세요.”
희고 투명한 얼굴, 여리디여린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 위의, 눈물 흘리는 눈동자.
그래, 작고 여린 분홍빛을 닮은 너.
외로웠던 시간, 너는 내 안에서 언제나 한없이 창백한 분홍이었다.
“너무 아파하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가느다란 어깨를 품에 끌어안고 천천히 쓸어내렸다.
“너무 아파요. 아직도 너무 아파.”
흐느끼는 너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서연서, 너는 좀 더 분홍빛으로 물드는 곳에서 살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