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세계적인 군수업체 NAT 사의 외동딸, 다나 에슬롯. 아버지의 애정을 듬뿍 받는 부유한 상속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평생을 계부의 학대 속에서 자란 그녀는 어머니를 인질 삼은 결혼 협박에 폰테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폰테(Ponte), 지구상 유일의 중립 도시. 어느 권력자의 입김도 닿지 않기에 안전할 무법 지대. 그러나 어긋난 계획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기에 이르고, 쓰러지기 직전, 용병이라는 루치오를 만나게 되는데... *** "다시 해요, 계약. 난 폰테로 가야해. 보상은 원하는 만큼 줄게요." 흑요석을 연상케 하는 검은 머리카락과 그 아래 자리한 짙은 눈썹.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선 남자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재밌네.” 나른한 목소리가 고막을 스쳤다. 다나는 어쩐지 소름이 돋아나는 피부를 쓸어냈다. 그녀 앞에 선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저를 응시하는 청회색 눈동자에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