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 현대물, 다정공, 미인공, 능글공, 집착공, 재벌공, 짝사랑공, 초딩공, 다정수, 까칠수, 평범수, 상처수, 달달물, 일상물, 잔잔물 단언컨대 최한주는 박경우의 안온한 삶을 뒤흔드는 이변이었다. 평화로운 ‘크리스마스’에 들이닥친 남자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그래서 더욱 잔인했으며 예뻤다. ‘천진난만한 사람’에서 ‘애새끼보다 못한 인간’으로 이미지가 변해 가는 동안, 한주는 경우의 단골손님에서 건물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경우를 더욱 놀랍고 심란하게 만드는 건. 자신이 마음에 든다며 미친놈처럼 들이대는 그가, 제 마음 하나 얻겠다고 건물을 사고 협박을 해 대는 그 남자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것이었다. “나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얌전히 있어.” “야......! 그딴 말이 어디 있어? 너 지금 나 협박해?” “협박 아니거든? 애원이야.” 케이크와 ‘크리스마스’밖에 없던 경우의 일상에 뛰어든 그 남자, 어쩌면 선물일까? ▶잠깐 맛보기 한주는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빛이 좋았다. 분노도 조금 엿보였으나, 무척이나 깊은 공포도 담겨 있다. 그의 시선이 더없이 좋다. 스스로도 신기하다 생각한다. 여태까지 공포에 질린 얼굴 따위 질릴 만큼 봐 왔다. 언제 어느 때고 참 추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좀 다르다. 눈앞의 얼굴은 그저....... “나 섰어.” 경우가 경악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요? 지금 뭐, 무슨, 네?” “엄청 꼴리네, 진짜로....... 이건 좀, 장난이 아닌데.” 한주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경우는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등골이 오싹했다. 머릿속에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경고음이 들려왔으나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덧 눈앞으로 다가온 한주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얼굴이 웃음으로 만발했다. 굳어 버린 다리를 겨우겨우 움직여서 뒷걸음질을 쳤으나, 곧 선반이 등을 가로막으며 움직임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