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온몸의 세포로 변해 갈 무렵, 감정 한 올 느끼지 않는 나무토막으로 변하기 직전에 그가 그녀의 심장을 일깨웠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를 몸에 심는다. 쾌락이라는 총천연색 감정을....... 공포로 채워졌을 때는 한없이 춥고 쓸쓸하고 끝이 날 것 같지 않아 괴로웠지만, 쾌락이 채워진 순간엔 미치게 뜨겁고 강렬하고 격렬해서 그 끝을 놓고 싶지 않아 고통스러웠다. 모두 그가 주었다. 유사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 서로 다른 빛의 감정을. 끔찍하고 잔혹하면서도 황홀하고 강렬한 그 사람이....... 태경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혀로 핥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내 감옥에 평생 갇혀 살아. 임지안....... 이제 아무 데도 못 가!” 사랑과는 상관없는 지독한 주문. 지안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기뻤다. 그가 주는 달콤한 저주에 온몸이 욱신거리도록 행복했다. 그렇게라도 그에게 갇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