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소리를 내며 성당 문을 열었다. 마루는 숨어버린 남은을 찾으며 안으로 들어섰다.불을 켜지 않아 어둑한 실내는 낮과 밤을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한쪽 구석에 상한 감정을 꽁꽁 싸매고 앉아 있는 남은이 보였다. 제 속도 모르고 혼자 오해하고 토라져 있는 그녀는 독이 잔뜩 오른 초식동물 같았다. 아무리 독이 올라도 누구도 해칠 수 없는 여린 생명체. 오늘 개기일식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졌다. “하늘이 왜 이래?” 일식이 있는 날은 밤과 낮이, 빛과 어둠이, 하늘과 땅과 지하의 세계가 모두 하나로 열린다고 했다. 그때는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저주가 풀리기도 한다고 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한데 뒤얽혀서 일어날 수 있는 날이라고. 그런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런 얘기를 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너 지금 질투하는 거냐?” “누가 질투하는데? 내가 그랬잖아. 너희 둘이 키스를 하든 말든 난 상관없다고! 흡” 쏘아붙이는 남은을 보는 마루의 눈썹이 모여들었다. 서 있는 마루가 앉아 있는 남은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정확하게 입술을 겹쳤다, 입술이 비벼지고 혀가 엉켰다. 뜨거운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 둘이 키스하는 그 순간! 하늘이 완벽히 어두워졌다. 개기일식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전율이 둘을 휩쓸고 지나갔다. 키스라는 것이 이렇게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눈앞이 흐릿해지고 뇌까지 전율하는 뜨거운 키스였다. 숨이 가빠질 정도로 집요하게 혀를 물고 빨아당기며 뜨거운 키스를 이어가던 마루가 입을 열었다. “내가 키스하고 싶은 건 너라고. 그리고 미선이하고는 키스하지 않았어. 그 말을 하고 있는 거잖아.” 마루는 오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목소리가 마루의 목소리가 아닌 그 말을 듣고 있는 남은의 목소리였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둘 다 너무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왜 내 얼굴을 내가 바라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