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을 막고 싶어 하는 적이 보낸 게 분명한 너를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처음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 뒤는 조작된 우연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미칠 듯이 빠져들어 가는 남자의 마음.
***
“할머니….”
아주 작은 소리였다. 깽깽거리는 강아지처럼 그렇게 작게 흐느끼며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나? 꿈속에서 할머니한테 야단이라도 맞나?’
작은 여자가 가녀린 어깨를 내놓고 흐느끼는데 가슴이 다 저릿했다. 작고 가느다란 소리가 할머니를 부르는데 왜 제 가슴이 이렇게 뭉클한 건지.
규헌은 은효의 등을 쓸어내리며 토닥거렸다. 그러자 조금 더 품으로 파고들며 몸을 동그랗게 말아 안기는 여자가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그녀를 안고 잠이 들었다.
아무리 안고 만져도 절대로 질릴 것 같지 않은 여자.
품 안에서 놓고 싶지 않은 여자. 처음 회사에서 재회하고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접어두려고 했건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다른 놈들이 눈길을 주는데 초연할 수가 없었다. 윤서후가 관심을 두는 건 더더군다나 싫었다. 처음 정은효를 미래전략기획실 비서로 발령한 건 윤서후였다.
‘나와 어떤 썸씽이라도 바라고 집어넣었겠지. 할머니가 질색하는 조건은 다 가지고 있는 게 정은효니까.’
후계 구도에서 밀어내겠다는 속이 훤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그런데도 정은효를 내치고 싶지 않았다.
“정은효. 널 내가 어디까지 좋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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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아내의 연애>와 같은 세계관과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동일한 등장인물 : <아내의 연애>의 윤서후, 고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