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가득 피어오른 실내는 뜨거운 입김으로 지금도 계속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뜨겁게 몸을 겹쳤던 신우가 승하를 안아 일으켰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자 다정한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진한 눈썹 아래 날렵하게 올라가 있던 눈이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휘어져 있는 게 보인다. 그래서 더 믿어지지 않는다. 이게 이별 여행이라 게.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승하는 가슴을 예리한 칼날로 베기라도 한 듯이 섬뜩하게 아팠다. “오빠... 우리 그냥 이렇게 같이 있으면 안 될까? 꼭 헤어져야 돼?” 승하가 거친 숨을 뱉어내며 신우를 불렀으나 지금 신우는 승하의 그런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있었다. 사귀는 내내 이런 이별을 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신우 자신이 헤어지자는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저보다 11살이나 어린 이 예쁜 연인을 함께할 자신이 없어서 이별하게 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울지 말아야지. 마지막에 우는 거 보면 오래 마음 아플 거 같은데.” 그 말에 승하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안 울어요, 나.” . . 1년 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뭐? 새아빠가 될 사람?“ 승하는 남친 정운에게 물었다. "응. 우리 엄마가 아주 푹 빠져있는 남자야. 나하고는 11살밖에 차이 안나지만 사람도 괜찮고 난 찬성이야.“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그 남자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헤어진 연인 류신우였다. 그것도 한 아파트에서 전남친과 현남친과 함께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