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고 거친 삶을 살아온 맹인칼잡이 소녀, 키라.
두 사람의 광풍난가(狂風爛歌)!
키라가 순간 움찔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 눈가에 물컹하고 아주 차가운 무엇인가가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것은 분명 입맞춤이었다.
“다시 또…….”
뭔지 모를 원색적이면서도 그리운 듯 나른한 향내.
손가락이 스치고 낯선 사내의 입술이 인을 새긴 눈가가 갑자기 너무도 청량하고 시원해졌다.
‘……보여? 지금?’
그 사내의 입술과 손이 눈가에 잠시 스쳤을 뿐이었다. 무슨 짓을 했기에 저주가 풀린 것인가! 그런데 과거의 기억은 아직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눈을 어둠으로 가둬버린 이유가 대체 뭘까.
그리고 왜 갑작스럽게 어둠에서 해방되었단 말인가.
키라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들어있는 그 무엇 안에 순간순간 가슴을 날카로운 검으로 베어내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지게 하는 아픔이 무엇인지 이유를 알아내야만 했다.
분명 그가 모든 실마리를 쥐고 있으리라.
청휘(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