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짜로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은 '그게 왜 여기서 나와?' 였다.
머리에 힘을 주고 또 줘서 겨우 순화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또 그게 아니다.
23년 지기 이진혁의 물건이 그대로 시야에 꽂혔다. 엄지손가락 하나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와 팬티를 걸어 그대로 끌어내린 녀석의 손등엔 핏줄이 도드라졌다.
"보여달라며."
진짜로 보여줄 줄은 몰랐지. 그냥 소꿉친구끼리 으레 던질 수 있는 섹드립 정도 아닌가?
하여간, 3년 전 고백은 그렇게 매몰차게도 차버려 놓곤, 인제 와서 네 물건을 보여주는 저의가 대체 뭐냐고!
"빠, 빨리 입어!"
"싫은데."
다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품이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를 움켜쥐었다. 이 미친 상황을 타개하고자 스스로 옷을 입히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고개를 돌린 채였다는 걸까. 분명히 바지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바지가 아니라.
"악! 미안!"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