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라는 로맨틱한 단어를 가져다 붙이기엔 한참 모자란 감정이었다. 잘생긴 남자와 손끝이 스치면 떨리고. 낮은 목소리를 듣자면 마음이 설레고. 큰 키 때문에 나란히 걷다 보면 기분이 들뜨고. 멋있는 남자를 보면 여자들은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 볼 별거 아닌 감정이었다. 우월한 외모와는 참 상반되게 까칠한 그를 상사로 모시기 시작한 3개월 동안의 짧은 설렘이었다. “어떻게 하면, 첫눈에 반했을 때처럼 날 좋아해 줄 건데.” 진심이라곤 하나 묻어나지 않는 프러포즈를 받은 그날 이후로, 안 그래도 뼈가 녹는 것처럼 힘들었던 비서 생활에 강도 높은 업무가 하나 추가되었다. 대놓고 나를 유혹하는 저 남자에게 다 주더라도, 마음은 주지 말 것.